시간이 꽤 지난 기사이지만, 인상 깊었던 내용이기에 지금 다시 정리해 봅니다.
새 해 첫 날이면 적지 않은 기업들이 신문에 전면광고를 집행한다. 올 해는 일본 최대 출판기업인 '고단샤'가 1월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올린 기업광고가 관심을 받았다.
우선, 광고가 뉴스나 매거진과 같은 대중 미디어에서 다룰 콘텐츠에 해당될까?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진흥법에는 "콘텐츠란 부호ㆍ문자ㆍ도형ㆍ색채ㆍ음성ㆍ음향ㆍ이미지 및 영상 등(이들의 복합체를 포함한다)의 자료 또는 정보를 말한다." 라고 정의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매일 디지털이든, 아날로그든 콘텐츠를 소비하며 살아가고 있다. 특히 광고는 신문, 방송과 함께 고도의 창작능력을 요구하는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책과 서점을 좋아하는 필자는 이 광고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접하였는데, 번역기의 작업이 아닌 이형열님이 직접 의역한 글이었다. 이 글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며칠 후 국내 한 일간지의 후속 보도가 있었고, 디지털시대의 아날로그적 감성이주는 효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인류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분명 서점이다."
"서점에 오면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것은 100년 전에 살았던 사람이기도 하고, 10,000km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며, 자신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우리는 대화를 반복한다. 모르는 것을 알려고 하는 그 자세 속에서 사람과 사람은 연결되어 간다고 생각한다. 갈등과 분열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시대에, 그럼에도 서로를 이해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서점에 가자."

작년에 9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버크셔헤더웨이의 부회장 고 찰리 멍거는 소문 난 독서광이었다. 생전에 그가 남긴 독서에 대한 명언을 봐도 "독서가 선사하는 또 다른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단샤의 광고와 맥락을 같이 한다.
"내 평생 똑똑한 사람치고 매일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한 명도 없다."
"훌륭한 죽은 이들과 친구가 되어라."
"나는 나 자신이 걸어 다니는 책이라 생각한다."
"지혜를 원한다면 엉덩이를 붙이고 않아 책을 읽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찰리 멍거는 독서를 통한 단순한 지식 쌓기를 넘어, 다양한 학문을 융합해 사고하는 "격자모델(Latticework of Mental Models)"을 강조했다. 그는 매일 밤 잠자리에 들 때 아침보다 조금 더 현명해지는 사람을 "배우는 기계"라 칭하며, 이러한 꾸준함이 큰 차이를 만든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가난한 찰리의 연감"에서 조언했다.
경박단소의 시대다.
긴 호흡이 필요한 독서나 2~3시간 집중을 요하는 영화보다 소셜미디어의 간결한 문구와 20초 정도의 동영상이 미디어를 점령했다. 디지털 넘어 AI의 시대를 맞아 이러한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콘텐츠 과소비의 시대다.
우리의 시간은 부족하다.
유튜브 채널은 물론이고 대형서점의 주요 매대에서도 판매 알고리즘을 지배하는 것은 언제나 쉽고,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들이다. 요약 영상이나 AI의 편집물들이 우리의 부족한 시간을 대체하고, 효율성을 중시하는 우리는 이들을 소비한다.
변호사이자 전문투자자, 그리고 경제경영분야 투자서를 번역하고 집필하는 작가 홍영표님은 "고전을 결코 가볍게 보지 말라. 독서는 단순히 지식을 우겨 넣는 작업이 아니라 자신의 무지를 직시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그리고 그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사유의 근육이 단련된다. 모든 정보가 평면화, 동질화 되어가는 AI의 시대에 평균을 뛰어넘는 창발적 사유력은 독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라고 주장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서점에 가자.